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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3일 월요일
2020년 3월 22일 일요일
마법의 병조림(고테라 미야 著 박문희 譯 스타일조선 2013년) 바람서적 서평
볼 책보다 팔 책을 더욱 신중하게 고르다 보니 정작 내가 알고 지내던 보물을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 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만이지만 별 가치 없는 책을 다른 사람에게 사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에 더욱 까다로워지는데 한참 후에야 이거 정말 좋은 책인데 하고 떠오르는 책들이 있다. 오늘 소개하는 “마법의 병조림(고테라 미야 저 style조선 출판2013년 6월)”이 그렇다. 특히 요즘과 같이 장보기 어렵고 집에서 삼시세끼 챙겨 먹어야 하는 때에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이 새로 막 나와 책방에 신간으로 소개될 때 초판 1쇄를 구입한 책인데 이 책관 관련해 나름의 일화가 있다. 당시 교보문고에서 보고는 바로 사오게 된 책인데 집에 와 찬찬히 읽어보다 83페이지에 과정 사진이 잘못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출판사에 연락했더니 감사하다며 수정된 책이 나오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 후 출판사로부터 책이 도착해 신나서 뜯어보았더니 같은 초판 1쇄라 잘못된 사진이 그대로 들어간 오류본을 보내준 것이었다. 오류를 알려준 값으로 받게 된 책이라 또 새 책을 보내 달라고 하기에는 염치가 없고 내용상의 문제가 없어 그 책을 지금까지 갖고 있다가 이번에 판매를 하기 위해 새로 시켜 받아보니 2014년에 나온 3쇄본이었는데 해당 페이지 사진이 수정되어 있는 것을 뒤늦게나마 확인하게 되어 나름 뿌듯하였다. 원래 사진이 뭐였는지 지금까지 궁금했던 나도 드디어 확인하게 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각종 보존식을 만드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 때만 나오는 제철 식재나 혹은 우연히 잔뜩 생긴 재료를 알뜰하게 사용(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일본식, 서양식 반찬, 조미료, 간식거리나 시럽 등으로 만들어 보존하는 방법과 그것을 활용해서 만드는 요리를 알려주는 매우 실용적인 책이다. 요즘같이 장을 자주 보러 나갈 수 없어 한 번에 많은 양을 사게 되어 그것을 두고 두고 먹어야 할 때와 또 요즘같이 집에 갇혀 외식도 배달식도 꺼려져 매 끼니 밥을 차려야 할 때 한 번 노동으로 간편하게 이것 저것을 차려낼 소위 ‘밀프렙(meal prep)’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2013년 책을 구입한 이후 지난 7년간 여기에 실린 나온 레시피를 이것 저것 시도해보았다. 대부분 성공적이었고 맛있었으며 꽤 할 만했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았다. 그 중 ‘간장 다짐육(p.65)’과 ‘코울슬로(p.137)’, ‘생강 시럽(p.175)’는 각각의 재료(돼지고기다짐육, 양배추, 생강)가 많이 있거나 생각날 때마다 만들어서 요긴하게 잘 먹는 고정이 되었고 ‘간장 소스(p.205)’는 항상 만들어 놓고 간장양념 요리(우엉조림, 멸치볶음 등)를 할 때마다 사용한다. 너무나 유용한 책이라 이 저자의 요리책이 더 있는지 찾아보니 한국에는 이 책 외에 번역된 책은 없었고 다만 일본에는 ‘마법의 병조림’의 속편이 나와 있고 가격이 별로 비싸지 않길래(당시 약 8000원) 바로 구매했다. 손바닥 만한 아주 작은 책이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책도 책에 실린 레시피 하나 하나가 너무나 유용하고 소중한 책이라 참 좋았고 한국어 번역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걸 보니 안타깝다.
‘병조림’이라는 것은 영어로 하면 ‘Canning’일텐데 사실 실온보관을 하기 위해 이 책에 소개된 것만 믿고 안일하게 병조림을 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 일정 산도(酸度) 이하에서는 무서운 보툴리누스균이 증식하게 될 우려가 있기에 과일잼이나 토마토 외에 고기나 콩, 생선 등을 장기간 실온보관용으로 병조림하려면 꼭 Pressure Canning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만들어 두고 몇 주안에 소비할 요량으로 냉장 혹은 냉동보관을 하는 거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요리를 아주 못하거나 초보인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고 요리를 조금 하고 또 자주 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책이다. 사실 표지의 “딸기 우유잼”에 이끌려 샀는데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가 우유 끓이는 게 번거로워 막상 만들어 보지는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조금 깨진 듯한 흐릿한 사진이 몇 개 있어서 거슬리는데 아마 원서가 손바닥만큼 작은 책이라 이 책에 실린 사진을 한국어본에 맞게 크게 확대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도 수정판에서 수정되어 나왔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12년에 나왔고 201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속편은 2015년에 나왔는데 이 책도 부디 번역되어 나오길 빈다.
저자인 ‘고테라 미야(こてら みや)’를 검색해보니 아래와 같은 영상과 정보를 찾을 수 있었는데 책을 읽고 상상만 하다 직접 보니 재미있다. 책에서 본인의 집이 작지만 넓은 베란다가 있어 이것 저것 심어서 길러 먹는다고 했는데 바로 그 정원과 좁은 부엌을 볼 수 있어서 아래 첨부해둔다.
50년 이상 된 저자 자택 인테리어 공개 기사
저자의 정원 소개영상
저자가 주방에서 아침에 된장국 만드는 영상
바람서적이 이 책을 읽고 직접 만들어 본 것들
p.45 풋고추 된장 (한국인 입맛에는 달았다)
★p.65 간장 다짐육 (바짝 볶아 냉장 혹은 냉동하면 너무 유용 - 볶음밥 마파두부 순두부찌개 단단면 등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p. 75 햇생강 초절임(시판에 비해 맵고 덜 달았으나 괜찮았음)
p.83 배추절임 (김치에 비해 깔끔한 맛)
p.95 파프리카 오일절임
p.99 가지 오일절임
p.127 믹스피클
★p. 137 코울슬로 (별 거 없어 보이는데 막상 따라 만들면 매우 맛있음)
p.173 레몬시럽 (시키는 대로 해야 예쁜 노란색 시럽이 됩니다. 열을 더 가하면 누런 호박색이 됨)
p.175 생강시럽 (스파이시 상쾌)
p.199 무침 드레싱 (일본인에게 배우는 한국 드레싱)
p.201 간장 다시 (시판 쯔유 대신)
★p.205 간장 소스 (처음 만들어본 이후 절대 떨어지지 않게 항상 만들어 둡니다)
p.209 스시 식초 (만들어 두면 편함 시판보다 깔끔)
★p.211 유자 폰즈 (유자는 비싸고 구하기 힘들어 레몬으로 만들었는데 맛있었음)
p.229 마라유 (더 맵고 스파이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21일 토요일
이제니 시집 서평 - ‘아마도 아프리카’ (2010 창비사)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2014 문학과지성사)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2019 문학과지성사)
0:15 이제니 시집들 간략 정보
0:38 현재 대형서점 판매량 순위
1:25 바람서적이 독립서점임에도 이제니의 시집을 팔게 된 이유
2:05 읽을 가치가 있는 시란 무엇인가
2:43 이제니 시의 특징
2:58 이제니의 시와 팀 켈너(Tim Kellner) 영상과의 유사성
4:45 평소 바람서적에서 믿고 거르는 창비사 시집이지만 어쩔 수 없이 팔게 됨
6:28 ‘페루’ 이후의 시작품들의 질적인 문제
7:48 팀 켈너와의 유사성 part 2 – 리듬성, 역동성, 네러티브 없음, 감각적인 컷트들
10:40 두 예술가 모두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미학적인 깊이가 있다.
11:13 이제니 시의 문장에 관하여
13:45 인기 있는 시들이지만 나름 단점도 있음
14:07 시에 달린 주석에 관하여
14:45 시는 단순한 문장들의 조합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15:27 시를 쓰는 방식에 관한 시
16:42 성인 ADHD적인 경향의 詩들 – 예술적 천재의 기본적인 특성
‘아마도 아프리카’ (2010 창비사)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2014 문학과지성사)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2019 문학과지성사)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문학과 지성사. 2014년 작품임. 시집자체 분량 163, 해설 포함 226페이지
문장이 반복된다. 반복되면서 변화되어 나간다. 일종의 변주 형식으로서의 문장의 반복. 반복되는 가운데 리듬을 만든다. 창비책은 가능하면 안팔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팜.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시 ‘페루’
팀 캘너 영상은 광고같은 영상인데 광고는 아니다(일부 광고일 수도 있는데 드러내놓고 광고는 아니다). 편집된 방식. 이제니의 시도 광고 카피같은 측면이 있다. 영상이 편집된 방식, 문장이 나열된 방식은 전혀 광고가 아니다. 매락은 있으면서 없다. 파편과 같은 문장들이 연결되면서 생성되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맥락.
팀 캘너의 영상을 보라. 감동은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감동은 논리적이지 않다.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동들이 그러하듯이 시 역시 논리적이고 일관적일 필요가 없다.
기억력이 짧은 자의 시와 영상들. 500년이 지난 후에도 시는 아름다워야 하는가?
p9 코끼리는 간다.
글쓰는 행위는 일종의 도전이고 파괴행위이고 무엇인가를 깨는 행위이고 공격하는 행위일 수 있다. 모든 창조적인 행위, 창조가 그러하듯 창조적인 글쓰기는 일종의 규범 파괴이지 모독이고 ‘감히 어떻게---’ how dare you to say that 의 어떤 것일 수 있다.
단어들의 반목 충돌. 맥락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 무당은 여자다. 한국문학에서 여자의 지위에 대하여. 예술가의 언어는 사기이거나 아니면 신의 방언이다.
이제니 시인 인터뷰 망원동 카페 2층에 한 인터뷰 -
“시인은 일종의 채널링 신의 영역에 가까운 하늘의 말을 받아 적는”
“어떤 목소리 사물과 세계의 본래의 모습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시는 - 언어가 언어를 불러오고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면서 일관된 리듬 속에서 어렴풋하게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것”
“단어들의 반복, 중첩, 충돌 되는 과정에서 리듬을 읽어 내려간다”
시집 전체 시를 편집하는데 점점 고조되어 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크게 중격을 주어야 한다. 시작이 시시하면 안사게 된다. 참조 바란다. 기본적으로 시집이란 시 전부가 골고루 다 충격적이어야지 특정 편집으로 시집 자체를 음악 프로듀싱처럼 편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함.
상투성을 경계한다. 상투성은 어떻게 경계해야 하는가? 인터뷰에서 본인도 “페루”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다.
나의 작품을 말한다 (46) 시인 이제니
언어로 무언가를 쓴다고 할 때 ‘무언가’에 집중하기보다는 ‘언어’에 집중하는 편이다. 언어는 무엇을 지시할 수 없는 허술한 수단이다.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이 이어나가면서 의도하지 않는 의미가 생긴다. 그런 게 배치되면서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관심이 많다.”
광운대학교 신문 인터뷰 - http://www.mediakw.org/news/articleView.html?idxno=2055
“저는 대부분 단어를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시 쓰는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시가 잘 써질 때는 하늘을 나는 것 같고 그런 세계에 빠지는 것 같지만 그런 경험이 많지는 않다며 시 쓰기의 어려운 느낌을 전했다. 이 시인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자기 직전 침대에 누워서 받아쓰기 하듯이 시 쓰는 것을 많이 한다고 한다.
팀 캘너 인터뷰 - https://www.youtube.com/watch?v=lKUS3Xs58NE
팀 캘너의 스타일
낮은 조도 low key. 일상 속에서의 빛들.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가 보는 대상들은 종종 과다노출(overexposure) 이거나 노출부족 상태에 있다. 그게 오히려 더 현실적임. 고속촬영 후 천천히 재생하기도 함. 핸드 헬드. 흐르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 (drifted camera motion), flare를 많이 사용. out of focus. flat setting
플랫 셋팅을 많이 한다는 것은 후반작업을 많이 한다는 것을 의미함. 후반 작업 기술이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의 촬영기법. 詩作도 후반작업이 많을 수 있다.
A video file shot using Log Gamma will be very flat, with little contrast and color saturation. The purpose of shooting video this way, is so that it retains as much information as possible about the range of tones in the image, so the colorists who work on the video later can bring out that detail, and create a visual look to the film. This process is called color grading.
샷의 붙이는 방식은 클래식컬함. 편집 방식 자체는 관습적임. 카메라 무브먼으로 샷을 붙이거나, 샷 사이에 매우 빠른 샷을 붙이거나.
오디오는 일부 효과음을 제외하면 직접 음악을 만든다고 함
백그라운드 노이즈를 사용함. 자기가 음악을 만듦. 부드럽고 꿈과 같은 분위기를 창조함. 아마추어 블로그샷 적인 샷들, 얼굴 발, 손 같은 샷들. 영상으로 하는 인터뷰다.
블로그도, 여행 비디오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주어진 빛으로 찍으려 한다. 빛과 그림자 콘트라스트. 핸드헬드 자연스러운 촬영. 촬영자(카메라)도 움직이고 대상도 움직인다. 다양한 샷의 사이즈. 전혀 비싸지 않은 카메라로 찍는다.
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게 시다.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안다. 아애 말 하지 않아도 안다. 그것이 시다.
시는 감추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충격을 주는 것.
아마도 50년이 흐르거나 100년이 흐른 뒤에 사람들은 이 시간인이 왜 위대한가에 대하여 전혀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남을 시는 아니다. 영원히 남을 수 없다. 영원을 추구하는 시인은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시인이다.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p9)
하루끼 단편 연상됨
기린이 그린(p10)
기린에 대한 여성 예술인들의 집착에는 일종의..
가지와 앵무(p12)
약물(혹은 술)의 영향 하에 쓴 시라고 추정됨,
달과 부엉이(p14)
이미지의 중첩들. 쇼펜하우어에 의하면 지적인 능력의 핵심은 다른 것들 간의 유사성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꽃과 재(p16)
화장(化粧이 아니라 火葬)에 관한 시가 아닐까 추측됨.
나무의 나무(p18)
바람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시는 일종의 바람의 노래 소리이다.
나선의 감각- 검은 양이 있다(p21)
한국어 연습 교재로 쓰일 수 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공부하기 좋은 시.
나선의 감각- 잿빛에서 잿빛까지(p22)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안락사 시키는 자신의 강아지의 잿빛 눈빛을 바라보며 잿빛 눈을 가진 개주인이 개가 죽는 순간에 삶과 죽음과 존재를 생각하며 쓴 시라고 추측됨.
나선의 감각- 물의 호흡을 향해(p28)
불분명하지만 전진해야만(행동해야만, 혹은 존재해야만) 할 때 쓰는 말투 - ‘~ 한다고 하자’, ‘~라고 하자’가 주는 코믹함. 혹은 슬픔.
마침표나 문장기호가 없는 시. 혹시 물결은 끊기는 곳이 없기 때문에 문장 기호를 사용하지 않았나?
훌륭한 시. 이제니 시 다운 시. 문장들은 구조적으로 차후에 조합되거나 구성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처럼 느껴짐.
나선의 감각- 빛이 이동한다(p34)
스피드, 편집의 기술, 샷과 샷이 붙어 있는 방식, 문장은 샷이고 시쓰기는 다름 아닌 문장들을 배열하는(붙이는, 혹은 편집하는) 기술이다.
행복한 가정을 묘사하는 영화의 한 장면일 수 있다.
수요일의 속도(p36)
스피드, 편집의 기술, ‘탁자위에 설탕이 흩어져 있다’ 매우 감각적. 수요일은 한 주의 중간이며, 고로 말하자면 삶의 한 복판이며.
구름과 개(p40)
자신의 푸들 아트마를 사랑했던 쇼펜하우어. 문장 기호 없고 연으로 구성된 시.
차와 공(p42)
공이 흐르는 것과 시를 쓰는 것 사이의 유사성. 문장이 흐르는 것처럼 시를 쓴다는 것. 공이 굴러 가는 것.
사과와 감(p44)
단어를 가지고 하는 장난. 일반적으로 ‘사과와 감’이라면 과일을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서의 ‘사과와 감’은 ‘미안하다는 의사 표시와 명확함의 정도를 느낌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너울과 노을(p45)
뭉크(Edvard Munch)의 비명(Der Schrei, The Scream)
나선의 감각-목소리의 여행(p46)
Eminem은 가사를 쓰기 위해 사전을 공부하였음.
너의 이마 위로 흐르는 빛이(p48)
문장부호 없음
☆☆☆☆★
가지사이 (p49)
문장부호 다시 사용.
훌륭한 시인이라면 그 어디에도 숨을 이유가 없다.
그을음 위로 그 울음이 (p50)
문장부호 없고 한 줄씩 띄고 쓰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ADHD적인 경향. ADHD적인 경향은 어떻게 예술적인 것이, 시적인 것이 되는가?
두루미자리에서 마차부자리까지 (p52)
밤하늘 별자리를 노래하는 랩가사
기적의 모나카 (p53)
왕찹쌀 모나카가 광고CF를 찍는다면 노랫말 가사로 불려질 수 있는 시. 상업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음. 이때 왕찹쌀 모나카는 사각형으로 출시되어야 한다.
음지와 양지의 판다 (p54)
이해할 수 없는 시는 이해하지 않기로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시를 읽고 감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시를 이해할 수 없는 시로 남겨 두기로. 다만 읽고 감동하기로 한다.
★★★★★
개미의 심장 (p57)
사실상 태양이라는 모티브는 바뀌지 않는 모티브이기 때문에 시적 상징으로 계속 쓰일 수는 있음. ‘정오의 태양’이라는 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혹은 부정확하게.
송로버섯(Truffle)은 캐비어, 푸아그라와 함께 서양요리의 3대 진미로 여겨진다. 요리를 잘하는 시인은 없다. 먹성이 좋은 시인은 많이 보았음.
송로버섯을 이용한 요리는 송로버섯의 향을 해치지 않는 요리로 프랑스식 오믈렛, 개미는 심장이 없음.
☆☆☆☆★
분실된 기록 (p60)
번역 프로그램을 잘못 돌린 것 같은 번역체의 문장들. 왈도체로 쓰여진 분실된 기록.
수풀로 이파리로 (p64)
신체적 장애상태에 대해서 쓰여진 시는 어딘가 글로벌리스트적임.
거실의 모든 것 (p66)
흐트러진 책상들은 저마다 흐트러진 방식이 다르다. 책상이 흐트러진 방식은 책상 주인의 취향과 성격을 반영하다. 거실은 그 거실 소유자의 모든 것. 공간을 분석하여 실체에 다가가기. 여기서 실체란 공간의 실체, 혹은 공간 주인의 실체가 아니라. 존재(혹은 삶)의 실체.
검은 개 (p68)
책상은 책상이고 검은 개는 개다.
삶은 달걀 곁에 (p70)
삶이 중의적이다. 독신 여성의 삶은 중의적이다.
15세기 ᄃᆞᆯᄀᆡ알 · ᄃᆞᆯ긔알 · ᄃᆞᆰ의알
16세기 ᄃᆞᆯᄀᆡ알
17세기 ᄃᆞᆯ긔알 · ᄃᆞᆰ긔앓 · ᄃᆞᆰ긔알 · ᄃᆞᆰ의알 · ᄃᆞᆯᄀᆡ알
18세기 ᄃᆞᆰ의알
19세기 ᄃᆞᆰ의ᄋᆞᆯ · 닭의알 · 닭알
20세기 ᄃᆞᆰ의알 · 닭알 · 달걀
삶은 달걀 곁에, 역사도 달걀 곁에.
계피의 맛 (p72)
유통기한이 지난 시. 촬영을 해왔는데 맘에 드는 컷들이 없다. 그러나 편집은 해야 한다. 편집이 훌륭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편집을 위해 모여진 개별 샷들이 훌륭하지 않음. 책방(혹은 서재)에서는 오래된 서적들의 책벌레를 예방하기 위해 계피를 사용할 수 있음.
잔디는 유일해진다 (p76)
어머니는 가끔 ‘틀린 맞춤법’를 사용한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은 사랑한다.
중국새 (p80)
또 다시 팀 캘너. 단락 단락으로 문장 문장으로 이미지들이 넘어가는 패턴과 리듬. 꿈과 같은 전개. 일본 남자가 일본 맥주를 마시고 있다. 이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과 dream like image. 아주 천천히 장면을 바꾸면서 리듬을 타고 꿈속으로 들어가기
고양이는 고양이를 따른다 (p84)
팀 캘너는 평범한 카메라로 찍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평생을 울었다고 함. 최소한(혹은 적어도) 인생의 후반기에. 그것은 아마도 갱년기 호르몬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호르몬 불균형 상황에서는 순백이 아닌 사람도 울 수 있다. 여전히 매우 감각적인 문장들. 감각적인 문장들은 아직 어린 사람의 문장들이다. 꼬리를 무는 단어들, 문장들이 리듬을 가지고 있다. 꿈 한편을 완성한다. 아주 세련되고 예리하다. 세련되고 예리하다는 것은 어리다는 것이다. 뒤늦은 계절, 좋은 계절 – 너는 너무 빨리 왔다. 너는 너무 늦게 왔다.
작고 검은 상자 (p87)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인간들이 분자화 되어서 결국 닫혀진 공간에서 작은 창문을 통해 신과 마주서는 것 이외는 서로 간에 소통되지 않는다. 작고 검은 상자는 모나드의 세계이다. 코끼리의 고려장. 소통은 불가한데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상황.
그곳에서 그곳으로 (p91)
문장 부호 있음. 연도 나뉘어져 있음. 노래 가사로 사용될 수 있음. 가능한 음악의 장르는 여전히 랩.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진부하기까지 한 시어들. 그 배열 방식이 진부하지 않다. 문장이 단위가 아니고 어구(시구)가 단위인가? 영상으로 치자면 컷의 길이가 짧은 컷들이 합쳐진 편집. 꿈과 같은 장면들, 그리움.
구름없는 구름속으로 (p93)
시의 중요한 특징은 다른 언어로 번역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시인은 외국의 시인을 자신의 영웅으로 삼을 수 없다. 삼기 쉽지 않다.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장이 끝난 것이 아니다. 시가 끝나고도 마침표를 여전히 찍지 않았기 때문에 시는 열려 있는 것인가? 입자와 파동은 정해진 구간을 두고 이동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해진 구간에 무관하에 끝까지 퍼져 나가면서 사라진다.
아름다운데 번역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자의식 과잉 소녀. 순수하기 때문에 소녀라는 것이지 유치하기 때문에 소녀인 것은 결코 아님.
나선은 라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ilia)다. 나선형이 아니고서는 물체는 목표물에 도달할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물체가 움직이는 유일한 방식이다. 직선은 말하자면 우리의 관념 속에만 가상의 형태이다. 실재하는 것은 나선이다.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할지라도. 마치 태양과 지구가 운동하는 것처럼.
비산의 바람 (p94)
여기서 비산은 arsenic acid(투명 무색의 유독성 화학물) 일까 아니면 비산(飛散) 날아서 흩어짐인가, 아니면 알고있는 누군가의 이름인가? 아니면 그 모두인가. 아니면 그것들 중에 그 무엇도 아닌가?
비산(Arsenic acid) - 비산 액체는 투명한 무색의 수용액이며 불연성이고 금속 부식성이 있다. 섭취할 경우 유독하며 인간 발암 물질. 비산 (飛散)이란 날아서 흩어짐이다.
‘내게도 고향이 있을 것만 같다’는 말은 마치 ‘고향을 찾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고향을 찾는 것에 관심이 있다’는 말이나 ‘고향이 없다는 사실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들림.
태양에 가까이 (p96)
여행작가 - 후지와라 신야(藤原新也)라고 주를 달아 놨음. 시는 주(註, footnote)가 있으면 안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주가 있다는 말은 멈추고 주를 보라는 말인데, 시를 읽는 도중에 독자에게 뭔가 다른 것을 보라고 시인은 말해서는 안된다.
먼 곳 으로부터의 바람 (P98)
화자는 누군가와 계단에서 해질녁 저녁에서 밤세워 관계를 것 같음. 그 상대방은 전혀 문학적인 이는 아닌데 화자는 그 대상 속에서 한편의 시를 읽어냄. 그날 처음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임. 관계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삼각형 넓이를 구하는 공식이 사각형 넓이를 구하는 공식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수학을 잘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수학을 매우 잘하는 학생이라면 둘 다 똑같이 아름다울 것이다.
관계를 가진 계단은 해변이 바라보이는 계단이었고, 야외에서의 관계가 가능했기 때문에 아마도 겨울은 아니었으리라 추측되며 그날 밤 쏟아지는 별들을 보았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날 당일은 흐린 날은 아니었던 것 같다. ‘늘고 오래된 나의 개’라는 표현은 상대방이 연하였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먼곳으로부터 바람이 오고 구름이 다가옴. 태풍이 오는 전날 숲과 멀리 떨어진 해변가 어느 별장 계단에서 별들을 바라보며 만난지 얼마 안되는 상대방과 좋은 시간을 보냈던 밤을 노래한 시로 추측됨.
초다면체의 시간 (p102)
‘사막 위를 낡은 캐딜락을 타고’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음. cliché(cliche). 때로는 상투적인 문구 하나가 시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잭 캐루악은 전혀 미국적이지 않고 완전히 글로벌리스트적이기 때문에 정상적이라면 그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
모르는 사람 모르게 (p106)
아주 훌륭한 시. 소박하지만 매력적인 문장들. 리듬감. 문장의 사이즈. 비슷한 길이의 문장들로 편집되어 있다. 리듬이 발생하고 있다. ‘-요’로 끝나는 문장이 몇 개 있었더라면.
빛으로 걸어가 빛이 되었다(p116)
리듬도 좋고 긍정적이고 시는 괜찮음. 해안가가 고향인 시인에게 바다는 늘 시가 탄생하는 공간이다. 여고생 2명이 나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
어둠과 구름(p118)
죽음에 관한 詩. “죽은 사람은 각자 자신의 길을 간다.”
유령의 몫(p121)
독백투. 고귀함을 추구하는 자의 일종의 투덜거림. 그런데 고귀함 추구의 대상이 아닐 수 있음. 고귀하고자 하는 순간에 이미 뭐가를 놓치고 있을 수 있음. 태생이 고귀한 사람은 아마도 고귀하고자 하지 않는 사람일 수 있음. 니체에 의하면 ‘진실한 자는 적고 그럴 수 있는 자는 그러길 원치 않는다’ 아포리즘 적인 시. 아포리즘적으로 적은 한 페이지 분량의 글을 그 속의 모든 문장을 독백체로 바꾸어 시를 만든 듯.
마지막은 왼손으로(p130)
훌륭한 문장들. 감각적인 문장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서로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이미지(문장)들이 중첩되어.
얼굴은 보는 것(p132)
ADHD 환자는 고정된 글씨체를 가질 수 없다. 시의 형식이 계속 바뀐다. 연이 존재했다가 존재하지 않았다가. 같은 시 안에서도 문장의 격과 말투가 바뀜.
하루에 한 가지씩(p134)
또 다시 Tim Kellner의 영상들.
나무는 기울어진다(p136)
오후에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고 쓴 시로 추정.
파노라마와 무관하게(p138)
매우 감각적. 문장을 가지고 장난을 침. 눈이 내리다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린 시라고 추정됨. 파노라마와 무관하다는 뜻은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의미일지도.
나선의 감각 – 역양(p143)
이었다. 한다. 하여라. 것이다. 간다. 군요. 있었다. 나선 시리즈 중 가장 훌륭한 시. 아마도 이 시집에서 가장 훌륭한 시. 역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느낌. 말하자면 더 이상 자주 사용하지 않고 뭔지도 알 수 없고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도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러한 의미가 분명치 않은 낯선 단어들과 관계해야 하고. 그러한 낯설고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 주는, 불러일으키는 풍부한 세계 속에서 시인은 즐기고 있음.
나선의 감각 – 음(p150)
‘어렴풋이, 그러나 명확하게’ 훌륭한 시. 시쓰기란 무엇인가? 자신의 시쓰기 방식을 시를 통해 설명한 시일지도 모르겠음. 시의 음악성에 관해서. 나이 먹음. 예술가가 나이 먹음. 소음과 침묵. 침묵을 하이데거적으로 드러내는 방식, 변주되어 끊임없이 나선형으로 울려 퍼지는 소음들을 통하여 하이데거적으로 침묵을 드러내는 과정이 바로 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p158)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시이기 때문에 뭔가를 기대했지만.
이것이 우리의 끝은 아니야(p162)
영겁회귀(永劫回歸). 일종의 계송, 게송, 偈頌. 불교적인 한시와 유사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 (2019 문학과지성사)
나이를 먹고 오히려 더욱 완숙해 진 느낌이 있음. 최소한 테그닉적으로는 완성되어가고 있음.
남겨진 것 이후에 (p9)
‘거룩한 말은 흘려서 쓴다’ - 흘려 쓴다는 것은 말하자면 숨긴다는 것인가? 혹은 빨리 쓴다는 것인가? 혹은 너무 바ᄈᆞ서 놓칠까봐 잊기 전에 빠르게 적는 다는 의미인가? ‘낮잠에서 깨어나 문득 울음을 터뜨리는 유년의 얼굴로’ 문장은 개별 컷이고 한편의 시는 여러 컷들이 편집된 한편의 영상. ‘남겨진 것 이후를 비추고 있었다’ - 영상에서 흔들리는 물에 피사체가 지나가고 나서 물에 하늘에 계속 비춰지는 것처럼. 촬영시에 반사체로 거울을 이용하듯이 물을 이용할 때가 있는데 물은 반사체 중에서도 거울과는 달리 매우 동적인 특성을 지닌다. 물은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표면 파동을 가진 반사체.
흑곰을 위한 문장 (p10)
시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관하여 – 키우는 동물이든 아니든. 북극에 사는 것은 흑곰은 흰곰이다. 아주 우연히 북극곰과 흑곰이 대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활권 자체가 다르다. 소리를 형상화한 표현. 감독은, 영상 제작자는 독자를 낯선 곳으로 데려간다. 낯선 곳으로 데려가는 작업은 독자에게 ‘이야기를 하기 전에(말을 걸기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시인은 낯선 곳을 보여 주어야 한다. 시인은 일단 독자를 낯선 곳으로 데려가야 한다. 장소가 다르다는 것을 영화에서는 엠비언스의 차이로 표현하곤 한다. 배경 소리가 다르면 그것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상상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한국인은 검은 곰에 관해서 다른 인종(민족)과는 조금 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그리고 저기에 (p12)
문장 부호 있고 연 따로 안 나뉘어 진 한 덩어리 작품. 좋은 문장들. 밤인데 하늘이 어렴풋이 보이는 날. 구름이 낀 날. 일종의 무당 접신의 밤. 축축하고 찬공기의 늦가을 숲 속 밤. 아주 깊은 숙속 같지는 않고 도시 근처의 숲속 같음. 서울로 치자면 고양동이나 장흥쯤 될지도. ‘연민을 배우러 이 세상으로 내려오다’ ‘만지고 만져서 작아진 돌 하나’
나무 식별하기 (p13)
문장 부호 있고 1연으로 된 작품. ‘제 뿌리를 보지 못하는 나무’ 시속에 쏟아지는 별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제니는 명백히 반 고흐의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시인은 커다란 나무의 몸통을 몰래 만지면서 나무의 뿌리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 너(you)도 밤(night)의 나무와 너도밤나무를 가지고 일종의 장난. 너도밤나무는 열매를 먹을 수 없다. 자웅동체이다. 미국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나무다. 건축용이나 가구재 모두에 두루 쓰이며. 전나무나 가문비 나무에 비해 해발고가 낮은 수종임(300-800). 해발고도가 높을 경우 당연히 나무는 그 생육이 늦다. 그런데 높고 크게 자란다. 오래살고 그늘도 훌륭하다.
영상이라면 한 장소에서 찍었는데 롱테이크일 필요는 없는 그런 장면. 야간 씬임에도 조명은 전혀 안친 것처럼 쳐야 함.
거제고등학교 출신인데 거제도 일대에 울릉도에서 볼 수 있는 너도밤나무 군락은 실재하지 않음. 거재도가 나무와 숲이 풍부하고 군립공원도 존재하는 등 양호한 식생이 잔존한다. 곰솔군락, 굴참나무 등이 많고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편백 등이 산재하나 실재로 너도밤나무는 거제도에 일반적인 나무가 아님. 해외 체류 중이 아니라면 아마도 작가의 관념 속에 나무가 아닐까 추측됨.
구름에서 영원까지 (p14)
거제도의 풍부한 자연들. 해변가의 러브스토리. 흐린 해변가. 여름일 수도 있는데 휴가철은 아닌 바닷가.
푸른 물이다 (p16)
문장 부호 있고 1연으로 된 작품. 문장들은 길지 않다. ‘잠들기 전에 죽은 사람이 쓴 책을 읽었다’ 모두 과거형으로 문장이 끝나는데 ‘푸른 물이다’만 –이다 로 끝남. 일종에 감탄사. 중얼거림. 혹은 깨달음. 풍부한 자연들.
소년은 자라 소년이었던 소년이 된다 (p18)
문장 부호(마침표) 있고 1연으로 된 작품. 문장들은 길지 않다. 일부 불완전한 문장. 화려하고 감각적인 다양한 샷들. 숨막히는(breathtaking) 샷들. ★★★★★. 왜 소녀가 아니라 소년일까? ‘소녀가 자라 소녀였던 소녀가 되었다’면 시가 많이 달라 졌을까? 시의 감동이 달라졌을까? 계속 변화하면서 그대로 남아있는 인간. 말도 안되는 문장을 사용함으로서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시자체에 귀기울이게 함.
빗나가고 빗나가는 빛나는 삶 (p20)
‘중력에 결박됨’ - 괴테적이든 니체적이든 파우스트적이든 짜라투스트라적이든 아무튼 독일적.
★★★★☆ / ‘기차가 얼음에 나라로 간다’는 부분 때문에 별 하나를 줄임. 밧줄 위의 인간. 밧줄을 건너가는 인간. 말하자면 Uberman, Übermensch, Superman, 초인(超人) 대한 찬양의 시. 빗나가다( miss the target) = 빛나다(shine brilliantly). 문장부호 있음. 긴 연과 짧은 연들로 이루어짐. 도대체 이 시의 어느 부분이 독일적이 아닌가?
동굴 속 어둠이 낯선 얼굴로 다가온다 (p24)
실험시. 실험결과 어떤 데이터를 얻었는지, 실험결과가 무엇인지는 실험한 사람 자신만이 아는 실험시.
또 하나의 노래가 모래밭으로 떠난다 (p28)
관계 없는 문장들로 한편의 시를 뒤늦게 구성하는 것 같은 시들. 시가 흘러 나온다기 보다는 문장들로 재구성 된다. 시간 순서대로 컷을 찍지 않은 영화.
지금 우리가 언어로 말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 (p30)
조간신문을 펼쳐서 문장들을 고르고 문장을 가지치기식으로 줄여서 조합한 듯한 시.
네 자신을 걸어둔 곳이 너의 집이다 (p34)
문장들의 무덤. 문장들의 폐차장. 시어에 대한 고민. 시어를 갈고 닦는 것. 시어에서 문장으로 중심이 넘어와 있는 시. 시가 시어에서 문장으로 그 중심이 넘어 오면 문장은 하나의 재료로써 객관화 된다. 벽돌처럼. 그 벽돌들은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완성된 벽돌들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시인데 구성하고 있는 문장들은 시적 문장이 아니다. 문장들은 그냥 무덤덤한 문장들이다. 철학적(혹은 최소한 사색적) 에세이의 어느 한 구절을 찢어서 발췌해 놓은 것 같은 문장들.
순간순간 움직임을 찾아내어 순간순간 지켜보는 방식은 말하자면 도(道)를 닦는 방식이다.
집에 관한 명상.
인터뷰에서 시인은 초등학교 때 집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고 어른 걸음으로 서너걸음이면 바다에 뛰어 들어갈 수 있었던 집에 관해서 작가는 이야기 한 적이 있음.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구름이 흘러가는 창문’은 아마도 초등학생 때의 그 창문일 수 있음.
당신 자신의 그림자 – 저서, 혹은 시, 어쨌든 작품.
‘손이 닿는 익숙한 높이에는 모종의 안락함이 있다’ - 한옥의 안락함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한 문장은 없다.
존재는 공간에 묻어난다. 네가 먹는 것이 너이듯이 네가 기거 하고 그 곳이 바로 너다. 집은 인간의 피부라고 주장하는 건축가, 굳이 신체에 비유하자면 피부라기보다는 뇌에 가까울지도 모름.
어제와 같은 거짓말을 걷고 (p38)
‘나선으로 움직이면서 빛을 발하는 천체’ - 또 다시 나선이야말로 유일한 운동방식일지 모른다. 일종의 메모와도 같은 문장. 파편과도 같은 컷들로 영상을 편집하기. 논문을 쓰기 위해 사요되곤 했던 도서관 카드(library card) 비슷한 재질의 인덱스 카드. 예전에는 한편의 논문을 쓸 때는 링에 끼울 수 있는 인덱스 카드에 인용문구를 적어서 모아 보관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인덱스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습니다’ - 장 그르니에를 찾습니다.
‘끊없이 쏟아지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보았지만 믿을 수 없는 곡선’ - 나선
총체적 결론 – ADHD 적인 글쓰기
있었던 것이 있었던 곳에는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처럼 있었고 (p42)
촬영을 하기 위해서 촬영감독 현장을 여러번 다양한 시간대에 미리 방문하여 주어진 공간의 빛을 살펴야 한다. 장소의 시간성에 관하여, 혹은 공간의 영원성에 관하여 빛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돌을 만지는 심정으로 당신을 만지고 (p44)
초등학생시절 집 앞 바닷가의 조약돌을 만지는 심정으로 만지기. 메타데이터로서의 문장들. 클로즈업 장면들(기름띠). 저예산 누벨바그. 전체적으로 호흡이 아주 우수. ★★★★☆
떨어진 열매는 죽어 다시 새로운 열매로 열리고 (p46)
초반 호흡도 약하고 리듬도 안느껴진다. ‘입니다. 있다. 이다’ 등의 비율을 좀더 다양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었음. 마지막 끝맺음 훌륭. 한편의 기도.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p61)
카프카의 성
밤에 의한 불 (p66)
요정들의 세계. 신의 세계. 책을 읽지 않을지라도 서재는 존재해야 한다.
너의 꿈속에서 내가 꾸었던 꿈을 오늘 내가 다시 꾸었다 (p68)
오래된 산속 암자에서 가서 방의 문을 열어 수년백 동안 도를 닦고 있던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는 불교 우화. 자신의 과거 시를 읽기고 후회하기. 판단불능은 판단정지일 수 없다. 실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판단정지가 가능함. 전두엽과 판단정지의 문제. 햄릿.
계좌이체를 통한 구매 안내
온라인 구매가 불편하셔서 직접 입금 주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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